어김없이 5월이 찾아왔습니다.jpg
드라마 오월의 청춘 결말스포 주의
"제게 하나뿐인 가족을 찾아주세요"
1980년 5월 18일이 지나간 후
명희를 찾아 헤매는, 희태가 쓴 실종자 전단지
주님, 우리 앞에 어떠한 시련이 닥치더라도
어렵게 맞잡은 이 두 손 놓지 않고,
함께 이겨낼 수 있기를.
무엇보다도 더 힘든 시련은 명희씨 말고
저에게 주시길.
주님의 이름으로 간절히 기도 드립니다.
아멘.
1980년 5월 희태가 쓴 결혼 기도문
주님 예기치 못하여 우리가 서로의 손을 놓치게 되더라도,
그 슬픔에 남은 이의 삶이 잠기지 않게 하소서.
혼자 되어 흘린 눈물이 목 밑까지 차올라도,
그것에 가라 앉지 않고 계속해서 삶을 헤엄쳐 나아갈 힘과 용기를 주소서.
- 1980년 5월 명희가 쓴 결혼 기도문
그리고 2021년 5월
답장없는 명희에게 보내는 희태의 편지
어김없이 오월이 왔습니다.
올해는 명희 씨를 잃고 맞은 마흔 한번째 오월이에요.
그간의 제 삶은 마치 밀물에서 치는 헤엄 같았습니다.
아무리 발버둥 쳐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그냥 빠져 죽어보려고도 해봤지만
정신을 차려보면 또 다시
그 오월로 나를 돌려보내는 그 밀물이
어찌나 야속하고 원망스럽던지요.
참 오랜시간을 그러지 않았더라면
하는 후회로 살았습니다.
그 해 오월에 광주로 가지 않았더라면
그 광주에서 당신을 만나지 않았더라면
그 갈림길에서 손을 놓지 않았더라면
당신이 살지 않았을까 하고요.
하지만 이렇게 명희 씨가 돌아와 준
마흔한 번째의 오월을 맞고서야 이 모든 것이
나의 선택임을 깨닫습니다.
나는 그 해 5월 광주로 내려가길 택했고
온 마음을 다해 당신을 사랑하기로 마음먹었으며
좀 더 힘든 시련은 당신이 아닌
내게 달라 매일 같이 기도했습니다.
그 생과 사의 갈림길에서 내가 죽고 당신이 살았더라면
내가 겪은 밀물을 고스란히 당신이 겪었겠지요.
남은 자의 삶을요.
그리하여 이제 와 깨닫습니다.
지나온 나의 날들은 내 기도에 대한 응답이었음을.
41년간의 그 지독한 시간들이 오롯이 당신을 향한
나의 사랑이었음을.
내게 주어진 나머지 삶은 당신의 기도에 대한
응답으로 살아보려 합니다.
거센 밀물이 또 나를 그 오월로 돌려보내더라도
이곳엔 이젠 명희 씨가 있으니 다시 만날 그날까지
열심히 헤엄쳐볼게요.
2021년 5월의 어느날 황희태의 편지
통곡과 낭자한 피, 함성과 매운 연기로 가득했던
80년 오월의 광주.
그 소용돌이 한가운데 휘말리게 된 두 남녀.
그 5월이, 여느 때처럼 그저 볕 좋은 5월이었더라면
평범하게 사랑하며 살아갔을 사람들의 이야기.
드라마 오월의청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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