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TM 못 믿어, 사람하고만 거래"…이런 고객만 하루 160명 온다
"ATM 못 믿어, 사람하고만 거래"…이런 고객만 하루 160명 온다
지난달 21일 우리은행 서울 강서구 화곡동시니어 플러스 출장소를 찾은 70대 여성 이모씨는 창구 직원으로부터 A4용지 수십장을 받아갔다. 지난 3년간 계좌 거래내역이었다. 모바일 앱에선 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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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1일 우리은행 서울 강서구 화곡동시니어 플러스 출장소를 찾은 70대 여성 이모씨는 창구 직원으로부터 A4용지 수십장을 받아갔다. 지난 3년간 계좌 거래내역이었다. 모바일 앱에선 터치 몇 번으로 24시간 확인할 수 있는 게 거래 내역이지만 이씨에겐 먼 얘기다. 몇 년 전 ATM에서 출금한 현금을 깜빡하고 챙기지 않아 잃어버리는 경험을 한 뒤엔 ATM도 쓰지 않는다. 이씨는 “사람하고 거래하는 것만 믿음이 간다”고 했다.
이날 오후 한 시간가량 시간이 흐르는 동안 출장소를 찾은 손님 20여명 중 90%는 노년층이었다. 연금이 잘 들어오고 있는지 확인하러, 또 공과금을 내러 청구서를 직접 챙겨 창구를 찾은 이들이었다. 로비 매니저(청원경찰)는 수시로 “공과금 내러 오신 분”을 연신 외쳤고, “창구 안 가도 수납기를 이용하면 된다”며 1:1 과외에 나섰다. 시니어 고객들을 위해 2~3배는 큰 글씨로 준비된 ATM 화면이 “평소와 달라 어색해서 못 쓰겠다”는 손님도 있어 ‘과외 수업’은 계속됐다. 한 70대 손님은 “최신 기계라고 해도 늙은이들은 쓰질 못한다”고 했다.
이곳 우리은행 영업점 간판은 2021년 12월 내려갔다가 지난 8월 다시 달렸다. 같은 자리에서 영업하던 화곡동 금융센터가 폐점했다가, 노년층 수요에 맞춰 ‘시니어 플러스 출장소’라는 이름을 달고 다시 문을 연 것이다. 은행이 사라진 기간 노년층 손님들은 이곳에서 도보로 20분 정도 떨어진 지점을 이용할 수밖에 없었다. 이씨는 “아침 8시 반까지 가도 은행 앞에 기다리는 사람이 많아 번호표를 받아서 9시까지 복도에 앉아있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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