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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룻밤 손님, 아기 올빼미

M
관리자
2023.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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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룻밤 손님, 아기 올빼미 | 인스티즈

 

지난 주, 수영 갈 시간에 딱 맞춰 매포 면사무소에 도착하여 느긋하게 주차된 차를 후진하는데
뭔가가 차 앞에서 움직움직 하고 있었다.
누구라도 멈칫 할 것이다. 눈 앞에서 새끼 올빼미가 가만히 서서 자기를 빤히 쳐다보고 있다면.
뉘엿뉘엿 해가 지는 시간에 펼쳐진 신비한 광경에 시간이 멈춘 것 같았다.


 

하룻밤 손님, 아기 올빼미 | 인스티즈

 

 

그렇게 가만히 서로를 보기 시작한 지 30초 정도 되었을까.
문득 주위를 둘러보았다. 혹시 어미가 찾고 있지는 않을까 했으나 그런 낌새는 없었다.
일단 차에서 내려 가까이서 살펴보니 주위에 싸 놓은 새똥이 몇 덩이 보였다. 똥은 말라있었다.
아마 둥지에서 떨어진 지 시간이 좀 되었나 보다.
차를 탈 때까지 내가 못 본 걸로 봐선 차 아래에 숨어있었나 보다.

가까이 다가가보니 무서운지 슬금슬금 도망을 간다.
일단 올빼미라고 혼자 결론을 내렸다. 부엉이면 호그와트에 데려다 줄지도 모르는데...
어찌됐든 우리나라에서 대부분의 맹금류는 천연기념물일테니 신고라도 해야 하는데,
어디에 해야 할 지도 모르겠고 놔두자니 근처 고양이한테 먹힐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덥석 납치를 해버렸다. 차에 놓고 수영장을 가기엔 꺼림칙할 것 같아서 바로 집으로 차를 몰았다.

 

하룻밤 손님, 아기 올빼미 | 인스티즈

 

빈 상자를 하나 구해다가 신문을 깔고 부랴부랴 집을 만들어 놓았다.
밖에 두자니 또 고양이 걱정이라 집에 들여놓고 여기저기 찾아보니 면사무소에 데려다 주는게 제일 나은 것 같다.
아까 면사무소에 넘겨줄걸... 후회하며 데려가 보니 직원들은 신기해하며 사진을 찍고 난리다.
그런데 정작 밤에 퇴근을 해야 하기 때문에 그냥 면사무소 한 쪽에 방치하게 될 것 같다고 한다.
어두컴컴한 건물안에서 혼자 두자니 내일 아침까진 내가 맡는게 나을 것 같았다.
그렇게 잠 못드는 하룻밤이 시작되었다.

 

하룻밤 손님, 아기 올빼미 | 인스티즈

 

 

인터넷에서 찾아보니 모이는 삶은 계란 노른자를 주면 된다고 하는데, 뭘 먹는지도 모르고 아무거나 주느니
그냥 하룻밤 정도는 굶기는게 나을 것 같아서 상자에 물만 조금 넣어주고
사진 몇 장 찍은 뒤 겁먹지 말고 잠이나 자라고 뚜껑을 잘 덮어 주었다. 그리고 나도 잠을 청했다.
...
...
그리고 새벽 5시.
짹짹거리는 소리도 아니고, 목 쉰 병아리가 우는 것 같은 소리에 잠을 깼다.
배가 고픈가 보다. 허겁지겁 계란을 삶았다.
노른자만 잘 긁어 모아서 손가락에 놓고 쪼아먹게 해본다.
손을 들이대면 무서워서 상자 구석으로 도망가면서도 먹을 건 잘 쪼아 먹는다.
실컷 먹고선 어느 새 꾸벅꾸벅 졸고 있다. 잠도 다 깼겠다 오랜만에 보는 여명을 즐겨본다.


 

하룻밤 손님, 아기 올빼미 | 인스티즈

 

박스를 다시보니 밤새 싸놓았는 지 여기저기 똥이 묻어있고 물을 엎지러서 축축해 보인다.
옥상으로 나가서 졸고 있는 아이를 잠시 꺼내놓고 새 박스를 정비하고 있으니 여기저기 부지런히 돌아다닌다.
마치 뒷 짐지고 엣헴~ 하며 나를 쳐다보는 것 같아서 웃음이 절로 난다.

 

하룻밤 손님, 아기 올빼미 | 인스티즈

 

하룻밤 손님, 아기 올빼미 | 인스티즈

 

하룻밤 손님, 아기 올빼미 | 인스티즈

그리고 그 날 오후 5시쯤, 군청에선지 사람들이 나와서 후다닥 데려 갔다.
난 다치고 겁먹을까봐 제대로 만지지도 못 했는데 마구 만져대는 모습을 보니 걱정이 좀 되었지만 어쩌랴,
이제 내 손을 떠난 것을. 잘 커서 나 여기 떠나기 전에 그 똘망똘망한 눈이라도 한 번 뵈 줬으면.
그렇게 꿈같은 하룻밤이 지났다. 생각해보니 잠을 제대로 못자서 더 꿈처럼 느껴지는 것 같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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